“이젠 웃는 법도 잊은 것 같아요” – 내 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갱아 2025. 6. 1. 20:00

언젠가부터 웃는 게 어색해졌다.
예전에는 잘 웃었는데,
별거 아닌 말에도 웃음이 나왔고,
사람들과 있을 땐 웃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웃고 있는 나를 보면 괜히 울컥한다.
무슨 감정인지도 모르겠는 눈물이
웃음 뒤에 따라오는 날들이 많아졌다.

누군가의 농담에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공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쩌면 진짜로,
나는 웃는 법을 잊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감정이 줄어든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화도 덜 나고,
기쁨도 덜 느껴지고,
그저 ‘무표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날들.
사람들이 잘 지내냐고 물으면
“응, 그냥… 뭐, 그래.”
대답은 있지만 감정은 없다.

어느 날 문득, 내 표정을 바라봤다.
기쁜 일도 없었고,
슬픈 일도 없었고,
그저 하루가 흘렀을 뿐인데
내 얼굴은 지나치게 지쳐 있었고,
내 눈빛은 너무 오래 외로워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그동안 나를 너무 방치해왔다는 것을.
사람들을 챙기고,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겉으로는 괜찮은 어른으로 보였지만
내 안의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 “나, 괜찮니?”라고 내 안에서 속삭였다

어느 날 밤,
잠도 오지 않고,
무기력하게 뒤척이던 그 시간.
갑자기 마음속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괜찮니?”

그 목소리는 너무 오랜만이라
처음엔 낯설었고,
곧이어 눈물이 터졌다.
잊고 살았다.
내 안에도 누군가가 있었단 걸.
늘 참고, 넘기고, 괜찮은 척하느라
그 존재를 애써 외면했던 시간들.

그날 처음으로
나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약하다고 느꼈던 감정들이
사실은 너무 오래 꾹꾹 눌러왔던
진짜 내 마음이었다는 걸.
그래서 괜찮지 않은 날은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웃는 법을 잊었다는 건
내가 지쳐있다는 뜻이고,
내가 무언가를 너무 오래 참았다는 이야기다.
갱년기는 그런 감정을
한꺼번에 밀려오게 만든다.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다음 날엔 온종일 가라앉고,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고,
나 자신조차 내가 낯설어지는 순간들.
하지만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변화다.
몸도, 마음도, 인생도
지금은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인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존재하는 시간.
창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그 10분은
마음의 주름을 펴주는 따뜻한 손길이 된다.

예전엔 좋아했지만 잊고 지낸 것들.
그림, 글쓰기, 꽃시장 구경, 산책…
소소한 기쁨은 감정을 깨우는 작은 열쇠다.

억지로 웃으려 하지 말자.
눈물이 날 땐 울고,
지치면 눕고,
무기력할 땐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것도 ‘감정’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니까.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은
조용히 글로 적어보자.
한 줄이라도 쓰고 나면
그 감정이 덜 무겁게 느껴진다.

웃는다는 건
감정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지금 당장은 웃을 여유가 없더라도
내 안의 감정을 하나씩 보듬고 나면
어느 날 문득,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웃고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꼭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길을 걷다 꽃이 피어 있는 걸 보고
작은 새소리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오랜만에 듣는 좋아하는 노래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순간이면 된다.

그 웃음은 예전보다 더 깊고,
더 단단하고,
더 진심일 것이다.

🌷 마무리하며 – 내 안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그동안 잘 버텨줘서 고마워.”
“앞으로는 더 자주, 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게.”
“웃음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은 그냥, 너로 살아줘.”

갱년기를 겪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아니라
**이 안에서 나를 어떻게 ‘돌아보느냐’**이다.

오늘 당신의 마음속에도
오랫동안 침묵했던 목소리가 있다면
그 조용한 속삭임에
잠시라도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그 목소리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너일 수 있어서 충분해”
그런 말을,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을 것이다.